어제 오후 부모님 생신을 맞아 옵스에서 4호 사이즈 생크림 케잌을 구매하며 레터링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다음날 오전 10시 30분 오픈시간에 픽업 예약했구요.

오늘 백화점 내 다른 물건을 픽업하고 15분 정도 늦은 시간에 옵스를 방문했습니다. 직원분이 저희가 예약한 케잌을 명단에서 확인하자, 그제서야 레터링이 있었다며 다른 여직원 분이 준비하러 작업실로 들어가시더군요. 레터링 문구는 '아빠♡엄마 생신축하드려요'였습니다. 서둘러 쓰느라 엉망은 아니겠지. 프로들이려니 하고 결제하며 기다렸습니다.
왠걸. 아빠와 생신이란 글자는 무척 크고 다른 글자는 작고.. 그냥 크고 작은게 문제가 아니고 그냥 엉망이라 표정관리가 안되더군요. 다시 예쁘게 해주시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주문받은 사람이 글자수를 잘못 받았다며 안된다고 하더군요. 본랜 8자인데 12자라서 안된다구요. ((어제 직원분 안내로는 10자까지 된다셨고 저희가 원하는 문구를 작성하기 전 세어보니 글자수 초과였어요. 근데 그정돈 괜찮다고 적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어제 예약주문 받은 남직원 분이 나타나서 다시 써 드리겠다고 가져가셨습니다. 잠시 뒤 등장한 레터링은 아래 첨부합니다.
이게 뭔가요? 써주신 분은 그 순간 최선을 다하셨겠지만 미리 여유롭게 적어주셨다면 보다 깔끔하게 실력 발휘해주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글자수가 많아서 또는 원하는 시간까지 준비할 수 없었다면 저희는 다른 곳에서 정성어린 케잌을 기분좋게 찾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왜 저희는 굳이 옵스에서 중요한 케잌을 구매하며 레터링서비스를 신청한 걸까요? 그냥 거저주는. 무료서비스라도 얼마든지 정성껏 적어주시는 곳이 많은데 말이죠. "단지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 OPS 입니다."라는 거창한 허언을 적어두기 이전에 빵과 케잌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빵인들이, 옵스가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같은 곳(평촌롯데)에서 3년전? 푸가스(올리브,베이컨)가 너무나 맛있어서, 주말마다 빵 나오는 시간 기다렸다가 많게는 서너개까지 구매하며 즐겨먹었습니다. 제가 작업실 앞에 서있다가 그것만 몽땅 집어가니 저를 지켜보시던 다른 분들도 다 집어 사라졌던 그정도로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정도 지났을까요? 푸가스만 가격이 천원? 오르면서 크기까지 확 작아졌더군요. 글쌔요. 사정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빵하나에 그런식으로 빈정상한 건 처음이었네요. 자주 가고 지나다니면서도 한동안 옵스는 가지 않았구요. 근데 재밌는건 저만 그리 느낀 게 아니더군요. 안양 커뮤니티에 언급되기도 했었습니다.

다큐3일에 등장하시는 옵스 본점 제빵사분들 같은 열정과 사명감까지 느껴지는 분들이 이곳에는 없나요? 아님 옵스는 모두다 이렇습니까?
옵스니까, 백화점 빵집이니까, 그냥 나온 김에.. 맛이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찾는다면,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면요?

오늘 저희는 저녁에 예정된 가족식사 전까지 다른 업체에 레터링 서비스를 의뢰해뒀습니다. 그리고 옵스 케잌은 레스토랑은 커녕 그냥 저의 집 냉장고에 있을 예정입니다.